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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분양 옥죄는 '9억규제'...사상 첫 서울 국평 중도금 대출 '0'

조회수 55 2022.10.12

지난 8월 말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천왕역모아엘가트레뷰 아파트가 분양했다. 67~84㎡(이하 전용면적) 140가구다. 67㎡가 1순위에서 7.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84㎡는 2순위까지 접수해 1.8대 1로 마감했다. 지난달 당첨자 계약 결과 67㎡ 11가구의 절반인 6가구가 계약을 포기했고, 84㎡는 129가구 중 9가구만 계약하는 데 그쳤다.


84㎡ 분양 성적이 저조한 이유로 중도금 대출 제한이 꼽힌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데, 이번 아파트  84㎡의 분양가는 10억5100만~10억9700만원이었다. 중도금이 분양가의 60%로 6억여원이다. 국민주택 규모인 84㎡ 크기로 주택 수요자가 선호하는 ‘국평’(국민 평형)도 서울에서 현금 부자가 아니면 분양받기 어려워졌다.


서울 84㎡ 분양가 최저 9억2700만원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84㎡가 모두 9억원을 초과해 한 가구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까지 온라인 청약 사이트인 청약홈을 통해 분양한 물량이 12개 단지 1993가구다. 주택형별로 84㎡가 3개 단지 404가구다. 분양가가 9억2700만~11억5000만원이다. 서울 분양시장에서 84㎡ 모든 가구가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대개 분양가의 70%를 차지하는 계약금·중도금을 자력으로 부담해야 한다. 분양가가 9억원이라면 6억3000만원이다. 현금부자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개점 휴업하다시피 한 분양시장이 다시 문을 열며 분양제도 정상화가 시급해졌다.


올해 분양시장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8월까지 일반분양 물량이 전국 13만여 가구, 수도권 5만여 가구로 2018년 이후 가장 적다.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규제 완화 기대감 등이 작용해 분양이 급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9년 이후 착공하고 아직 분양하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1만5000가구 정도에 달한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재건축부담금을 완화하기로 하고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해제하면서 이달부터 분양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직방에 따르면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이 6만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세제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더딘 규제 완화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본부장은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데 분양시장 과열시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가 여전해 시장을 더욱 침체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규제가 중도금 대출 제한이다. 9억원 초과 중도금 대출 제한은 2016년 7월 도입돼 6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자료를 보면 그사이 집값 급등세를 타고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에서 2800만원으로 40% 뛰었다. 2016년만 해도 84㎡가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가 3.3㎡당 4000만원 정도였던 강남·서초구뿐이었다. 올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앞으로 공사비 급등에 따른 상한제 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더 오를 전망이다. 땅값과 건축비 범위 내로 가격을 제한하는 상한제 분양가가 84㎡의 경우 강북에서도 9억원을 넘기고 있다. 올해 말 분양할 예정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이 9억원 한계치인 3.3㎡당 2600만~2700만원을 넘긴 2834만원으로 정해졌다. 상한제 대상이 아닌 대신 HUG 제한을 받는 중랑구 중화동 중화1구역이 2835만원이다.



둔촌주공 20평대도 대출 못 받아

청약 대기자가 주목하는 아파트가 내년 초 분양할 것으로 예상하는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다. 29~84㎡ 4800가구를 내놓는 큰 장이다. 84㎡ 1200여 가구, 59㎡ 1400여 가구 등이다. 하지만 84㎡는 물론, 20평대 소형인 59㎡도 9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3.3㎡당 분양가가 올 초 추정된 3500만원 선에서 3000만원대 후반으로 오를 것 같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대부분 전세보증금 등에 돈이 묶여 있어 여유 자금이 없는데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고 분양받을 수 없다”며 “중도금 대출 제한 금액을 현실화하든지 현금부자만 유리한 대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제에선 금액 규제가 풀렸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한도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종합부동산세 1주택자 공제 금액(공시가격)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분양시장에서 9억원 규제와 맞물려 있는 게 특별공급이다. 신혼부부·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주택이 분양가 9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자녀 셋을 포함해 5인 가구가 방 둘 이하의 작은 집만 분양받아야 하는 셈이다.



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 맞춰 청약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요구한다. 공약은 현재 85㎡ 이하의 무주택자 대상 청약가점제 비율을 100%에서 40~70%로 낮추겠다고 했다. 가점제 비율 이외는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다.



올해 분양물량이 대폭 줄었는데도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다. 8월 기준으로 전국 3만2000가구로 지난해 말(1만7000가구)의 2배로 급증했다. 앞으로 분양이 늘면 미분양 증가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분양제도 정상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미분양이 역대 최대였던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6만여 가구보다 한참 적다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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