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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손바닥 크기가 세금 9억 차이…규제가 낳은 기형·편법(21.03)

조회수 242 2021.03.29

[중앙일보] 손바닥 크기가 세금 9억 차이…규제가 낳은 기형·편법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톱10

평균 공시가 79억, 시세 96억원

타워팰리스 20위권 밖으로 밀려

단지 쪼개고 크기 줄여 규제 피해


서울 한강에서 북쪽으로 뚝섬을 보면 눈에 들어오는 사각기둥 모양의 초고층 아파트. 지난해 말 입주한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다. 49층 2개 동에 280가구가 들어서 있다. 2017년 8월 분양했다. 분양가가 3.3㎡당 4750만원, 가구당 평균 30억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비슷한 시기 강남 재건축 분양가가 3.3㎡당 4200만원대였다.

 

이 단지가 올해 공시가격에 데뷔하자마자 48층 273㎡(이하 전용면적) 펜트하우스(꼭대기층 고급주택) 공시가격이 67억9800만원으로 7위를 차지했다. 분양가가 62억5410만원이었다. 올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적용하면 시세가 82억9000만원으로 평가된다. 분양 후 3년 반 새 20억원 오른 셈이다. 강남에서도 보기 힘든 '로또'가 됐다.

 

올해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은 2003년 준공 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1위를 지켜온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를 눌렀다. 이 단지도 지난해 준공해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 대상에 포함됐다. 집 크기가 407㎡(200평형)로 역대 공시가격 1위 중 최고이고 공시가격이 트라움하우스5의 두 배가 넘는 163억2000만원이다.

 

올해 급등해 논란을 낳고 있는 공시가격은 주택시장 ‘별’들을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대개 꼭대기층에 자리잡아 ‘하늘 위의 궁전’으로 불리는 펜트하우스다. 워낙 초고가이고 물량이 희소해 거래가 드물어 시세가 안갯속이다. 한국부동산원이나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시세 정보 사이트에도 펜트하우스는 대개 빠져있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적용한 금액이어서 역산하면 시세를 추정할 수 있다. 올해 상위 10위권 평균 공시가가 78억7100만원이다. 시세로는 96억원이다.

 

최고급 주택도 새집이 뜬다. 올해 10위권에 새로 들어온 더펜트하우스청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8위) 모두 지난해 준공했다. 

 

새집 강세는 지역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초고층 아파트가 몰려 있어 한국의 마천루로 불리는 부산 해운대에서 80층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와 72층 해운대아이파크가 전통적인 최고가 단지였다. 그러다 2019년 말 준공한 엘시티(85층)가 국내 최고층 기록을 갈아치우고 해운대 일대를 평정하며 2020년 공시가격에서 10위에 올랐다. 올해도 압도적인 부산 1위다.  


그런데 해운대에서 마주보는 남구 용호동 더블유(W) 펜트하우스가 지난해 부산 2위인 해운대아이파크를 누르고 2인자로 올라섰다. 2019년만 해도 공시가가 해운대아이파크보다 8억원가량 낮았으나 지난해 1억원 정도로 격차를 좁혔고 올해(33억9200만원) 4700만원 더 비싸졌다. 2018년 4월 입주한 ‘신상’인 데다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 조망권이 해운대 단지들 못지 않게 뛰어난 점이 작용했다.

 

최고급 주택시장에선 대단지가 통하지 않는다. 30가구 미만의 미니 빌라형 단지가 코로나 신종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올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9위이던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청담101이 올해 3위로 6계단이나 뛰었고, 6위이던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이 4위로 올랐다. 

 

반면 지난해 2, 3위이던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과 삼성동 아이파크가 각각 8, 9위로 내려앉았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는 10위권에서 사라졌다. 초고층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2000년대 초반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은 올해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단지가 작으면 커뮤니티 시설 등이 부족하지만 입주민의 사생활 보호에선 강점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대단지는 다른 입주민과 접촉할 기회도 많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위는 국내 초고가 주택시장 요람이 ‘청담동’임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해준다. 3개 단지가 청담동에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청담동은 한강 옆이고 교통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교육 여건이 뛰어난 데다 음식·패션·미용 등이 핫한 선망의 대상"이라며 "주택시장의 연예인급"이라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은 화려함,신비주의,돈에서 연예인과 통한다. 


더펜트하우스청담엔 배우 장동건·고소영씨 부부가 산다. 연예인 원조는 1970년 지어진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으로 당시는 최고급이었다. 이 아파트 계약 1호가 탤런트 강부자씨였고 배우 고은아씨, 가수 패티 김 등이 입주했다.

 

서울 구로에 실제 단지명이 '연예인'인 아파트가 있다. 1980년대 말에 지어졌고 올해 공시가격이 5억원 이하로 유명 연예인이 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펜트하우스청담엔 '골프여제' 박인비씨, 30대인 메가스터디 일타 강사(일등 스타강사) 현우진씨 등도 산다. 최상위 소득층에 오른 연예인·운동선수·유명강사, 30대 등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현우진씨가 매수한 집이 이번 공시가격 1위 집이다. 200억원대 분양가를 대출 없이 지불했다.


30대는 이미 고가 주택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평균 거래금액이 18억원인 강남구 아파트 매수자 4명 중 1명이 30대였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사교육, 유튜브, IT산업 등의 발달로 30대 재력가가 많이 나타났고 고가 주택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최고급 주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규제와의 숨바꼭질이다. 우선 단지 규모다. 올해 상위 10위권 단지 중 7개가 30가구 미만이다. 30가구 이상이면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분양가와 청약자격을 규제하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어서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로 정한다.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주택자 우선으로 분양한다.  

 

분양가상한제로는 건축비 제한에 따라 고급 주택을 지을 수 없다. 고급 주택 수요자에게 팔지도 못한다.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대상이 당초 20가구 이상에서 2014년 30가구로 완화됐다. 올해 상위 10위권 중 5곳이 20가구 미만인데, 2014년 이전에 지은 집들이다.

  

업체들은 20가구 미만으로 짓기 위해 땅을 쪼개기도 했다. 청담동 마크힐스는 각 19가구씩 2개 단지(이스트윙,웨스트윙)로 나눠 지었다. 인근 효성빌라청담101도 A동(17가구), B동(18가구)으로 이뤄졌다.  

 

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구 수를 줄인 게 익명성을 원하는 초고가 주택 수요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초고가 펜트하우스 집 크기가 대개 100평형 안팎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론 244㎡가 많다. 본지가 지난해 전용 230㎡ 이상 전국 7862가구를 조사한 결과 245㎡ 이하가 6493가구로 대부분이었다. 이중 244㎡가 2369가구로 전체의 30%나 됐다. ‘245’를 넘지 않으려는 것이다.  

 

전용 245㎡ 초과는 지방세법에서 과거 사치성 재산으로 불린 ‘고급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가 중과한다. 세율이 12%로 일반세율(1~3%)의 최대 12배다. 그런데 복층일 경우는 274㎡을 초과해야 고급주택이다. 초고가 펜트하우스에 245㎡ 이하 다음으로 274㎡ 이하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트라움하우스5가 273.64㎡, 아크로서울포레스트 273.93㎡ 등이다. 아이파크삼성동 269.41㎡도 복층이다.  


더펜트하우스청담은 전용 400㎡가 넘어 고급주택이어서 분양가 200억원의 취득세가 26억8000만원이다. 맨 위층 2가구를 뺀 나머지 27가구는 복층형의 전용 273.96㎡이어서 고급주택에서 제외된다. 한 집이 95억원에 매매됐다. 취득세가 3억3000여만원이다. 고급주택이면 취득세가 12억7000여만원인데, 손바닥 크기 차이로 9억4000만원 줄어든다. 

 

고급주택 면적 규제에 트라움하우스 시리즈가 한몫했다. 고급주택 범위가 298㎡ 초과이던 1994년 트라움하우스2가 266㎡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그해 말 245㎡ 규제가 나왔다. 

 

2000년 복층형이 274㎡까지 허용되자 2002년과 2003년 트라움하우스3,5가 273㎡로 지었다. 2003년 말 복층형 274㎡에 한 개 층을 245㎡ 이하로 제한하는 단서가 붙었다. 트라움하우스3,5가 한 개층을 266㎡까지 넓혔기 때문이다. 트라움하우스5는 한 개층 면적을 274㎡까지 최대한 넓히기 위해 다른 층에 기도방으로 불린 2평도 안 되는 5.5㎡의 특이한 방을 만들었다. 

 

한남동 한남더힐과 인근에 비슷한 가격대의 나인원한남은 분양가 규제를 피해 고급 임대주택으로 분양한 뒤 일반아파트로 바뀐 경우다. 전세보증금이 수십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앞으로는 임대 우회 분양도 어렵게 됐다.규제가 최고급 주택시장에서도 기형과 왜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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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02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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